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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5년 ‘장애인의 날’ 담화

관리자 | 2025-04-20 | 조회 27

<2025년 ‘장애인의 날’ 담화문>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찬미 예수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은 희망의 원천인 주님 부활 대축일이자 제45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기념되며, 이날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 향상을 촉진하는 매우 뜻깊은 날입니다. !

부활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과 희망을 주는 위대한 구원 사건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마주할 때, 그들이 부활의 희망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안타까운 뉴스(KBS 뉴스, 2024.05.08.)를 접했습니다. 집에는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장애를 가진 빈곤층의 삶은 매우 열악하며, 장애로 인한 삶의 무게를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국가의 정책과 지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매년 장애인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모든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동등한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형제요 자매입니다. 이 가르침을 바탕으로, 장애인이 온전한 희망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첫째, 장애인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1인 가구 증가로 고독과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특히 장애인들은 더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연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외로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며, 지역사회와 종교 단체 등도 외롭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역할을 통해, 서로 돕고 연대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향상되어야 합니다. 2025년 1월 28일, 새로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신규 설치되는 키오스크에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능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정보 접근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진전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공기관과 민간 부문은 장애인이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성당 등 종교 시설과 문화 공간에서도 장애인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셋째, 장애인 돌봄체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2024년 제정된 「돌봄통합지원법」은 보건의료와 장기 요양·돌봄 지원을 통합적으로 연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됩니다. 이 법을 통해 장애인,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종교단체와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하여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합니다. 

넷째, 4차 산업혁명이 장애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이 복지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이 장애인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윤리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등 기술이 장애인의 필요를 반영하지 않거나, 그들이 이용할 수 없는 형태로 제공된다면 이는 오히려 장애인들을 소외시키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정책적 보완을 추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들이 보게 되고, 다리 저는 이들이 걷게 될 것이다.”(마태오 11,5)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희망의 연대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교회 공동체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모든 이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동반(同伴)해야 합니다. 

매년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기쁨과 희망을 누리는 데 장애가 되는 걸림돌을 살피고 성찰하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희망의 부활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부활의 기쁨과 희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우리의 사랑과 실천이 장애 없는 세상을 만드는 희망의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5년 4월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주교 유경촌 티모테오